긴축 공포에 짓눌린 귀금속 시장, 지표 호조 속 불안한 줄다리기

화요일 금과 은 가격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가 금속 시장까지 덮친 데다, 금리 인상에 대한 극도의 경계감이 시장 전반을 지배한 탓이다. 이날 금 선물은 1.5% 하락하며 온스당 4,142달러까지 밀렸고, 은 선물 역시 장중 5% 이상 폭락하며 61.80달러를 터치한 뒤 62.25달러 선에서 간신히 숨을 골랐다. 사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만 해도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귀금속의 강세를 견인했던 그 견고한 명분들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난주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기조가 쏟아져 나온 것이 결정타였다. 연말 금리 인상론에 불이 붙으면서, 이자 수익이 없는 귀금속의 매력도가 급격히 훼손된 것이다. 월가의 시각도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 워시 의장의 첫 회의 이후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금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위드머 상품 전략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여건이 여전히 껄끄럽고 이는 결국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에 내세웠던 온스당 6,000달러 목표치는 이제 현실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도이치뱅크의 분석은 한술 더 뜬다. 화요일 발표된 노트에서 그들은 “매파들이 강세론자들을 시장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묘사했다.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3분기 목표가는 4,300달러에 그칠 것이며, 만약 서너 차례 인상을 단행한다면 3,800달러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지표의 역설과 아슬아슬한 반등

이처럼 바닥을 모르고 짓눌리던 금 시장에 뜻밖의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의 경제 지표였다. 이달 서비스 및 제조업 부문이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세션 초반의 저점을 딛고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S&P 글로벌이 화요일 발표한 6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2.2를 기록했다. 전월의 51.5는 물론, 경제학자들의 전망치였던 50.8을 가볍게 웃도는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비스업 PMI는 1월 50.7에서 6월 51.3으로 오르며 컨센서스(50.9)를 상회했고, 제조업 PMI 역시 전월 55.1에서 55.7로 뛰어오르며 예상치(54.1)를 가뿐히 넘겼다. 북미 개장과 함께 이 같은 지표가 쏟아지자 현물 금은 일일 차트상 1.56% 하락한 온스당 4,134.53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하지만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환호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윌리엄슨은 중동발 희소식이 미국 기업들의 신뢰를 일부 회복시켰다면서도, 분쟁 발발 직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성장세는 여전히 둔화되어 2분기 연율 기준 1% 남짓한 성장을 버거워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서비스업은 높은 가격표에 지친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으로 인해 회복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 호조의 실체다. 윌리엄슨은 최근의 공장 가동률 상승이 순수한 수요 증가 때문이라기보다는 잇따른 공급망 이슈에 대비해 기업들이 앞다퉈 재고 비축에 나선 결과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요 부진과 서비스업의 침체, 그리고 재고 쌓기에 기대어 위태롭게 유지되는 제조업의 기형적인 불균형인 셈이다.

실제로 고용 지표는 이 같은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요 둔화에 대한 공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현재 제조업계의 일자리 감소폭은 2009년 이후 최고치에 달한다. 월말에 접어들며 에너지 가격이 다소 진정됨에 따라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 곳곳에 깊게 파인 균열들은 귀금속 시장의 방향성을 여전히 짙은 안갯속에 가둬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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