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엘지(LG)가 기나긴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프로농구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4라운드 맞대결에서 부산 케이씨씨(KCC)를 82-65로 완파한 것이다. 두 팀 모두 그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해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상황에서 결국 웃은 쪽은 엘지였다. 이로써 23승 10패를 기록한 엘지는 다시금 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케이씨씨를 상대로 거침없는 11연승을 내달리며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3연패의 수렁에 빠진 케이씨씨는 수원 케이티(KT)와 함께 공동 5위로 내려앉았다.
팽팽했던 승부의 추는 3쿼터 들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케이씨씨가 2점 차로 근소하게 앞서며 치열한 시소게임 양상이 전개됐다. 하지만 3쿼터 시작과 동시에 윤원상과 허일영이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엘지가 순식간에 흐름을 뒤집었다. 여기에 아셈 마레이의 득점과 양준석의 외곽포까지 불을 뿜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날 코트를 지배한 선수는 단연 마레이였다. 그는 30여 분을 뛰며 29득점, 21리바운드, 7어시스트라는 압도적인 스탯으로 두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에 빛나는 허일영 역시 21점을 쏟아부으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출전 시간이 다소 줄어들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허일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여전히 체력이 남아있다며 코트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케이씨씨 입장에서는 장기인 외곽포 침묵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20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2개만을 성공시키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엘지의 야투율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리바운드 싸움에서 무려 12개 차이로 크게 밀린 케이씨씨의 골밑 약점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숀롱과 허웅이 고군분투했지만, 허훈의 득점 빈곤과 윤기찬의 무득점 침묵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안양 정관장의 짜릿한 역전극과 치열한 순위 다툼
한편 고양 코트에서는 2위 안양 정관장이 고양 소노를 상대로 65-64, 단 1점 차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정관장은 4쿼터 막판 터진 신인 문유현의 귀중한 연속 3점포에 힘입어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문유현과 박지훈이 공격을 쌍끌이하며 팀을 3연승으로 이끌었다. 이 극적인 승리로 정관장은 1위 엘지를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며 선두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
바다 건너 NBA 플레이오프, 샌안토니오의 험난한 여정 시작
국내 프로농구의 치열한 순위 다툼만큼이나 미국 프로농구(NBA) 코트 역시 플레이오프 개막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조준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본격적인 여정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의 1차전을 통해 마침내 막을 올린다.
정규시즌 무려 62승을 쓸어 담으며 서부 콘퍼런스 2위에 오른 스퍼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특유의 중압감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번 경기는 빅터 웸반야마, 스테판 캐슬, 딜런 하퍼 등 신예들은 물론이고 켈든 존슨 같은 선수들에게도 생애 첫 플레이오프 무대다. 다행히 해리슨 반스와 디애런 팍스라는 든든한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어, 이들이 어린 선수들의 긴장감을 얼마나 잘 다독이느냐가 승패의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티아고 스플리터 감독이 지휘하는 포틀랜드의 반격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경계 대상 1호는 단연 데니 아브디야다. 그는 루카 돈치치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득점력과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특유의 파울 유도 능력을 겸비한 까다로운 선수다. 앞선 플레이인 토너먼트 선즈전에서 41득점에 13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는 괴력을 선보인 바 있다. 게다가 스플리터 감독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스퍼스의 시스템을 훤히 꿰뚫고 있다. 미치 감독의 단순한 전술적 우위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결국 어느 팀이 실수를 줄이고 플레이오프에 걸맞은 뜨거운 투지와 끈적한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1차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