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분석 결과와 최근 미국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열린 AI 교육 혁신 논의를 종합해보면, 현재 교육계는 ‘공정한 평가를 통한 인재 선발’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킬러문항 배제 기조 속에서도 수학 영역이 확실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반면, 글로벌 교육 석학들은 AI를 교실의 적이 아닌 ‘맞춤형 학습의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6 수능 수학 분석: ‘킬러문항’ 없이 최상위권 가려냈다
지난 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은 2025학년도와 유사한 난이도를 유지하면서도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한 장치를 정교하게 배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EBS와 입시업계는 이번 시험이 공교육 과정 내에서 핵심 개념을 충실히 학습했는지를 묻는 동시에, 상위권 변별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심주석 EBS 대표 강사(인천 하늘고)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나친 계산이나 불필요한 테크닉을 요하는 문제는 배제하고, 교육과정의 본질에 집중한 출제 기조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수능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적절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는데, 올해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에서 상위권 변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띠’ 수험생들의 대거 유입으로 응시 집단의 특성이 달라진 점이 변수였다. 심 교사는 평가원이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재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난이도를 ‘영점 조준’하여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입시업계에서는 공통과목 22번(수학Ⅰ)과 21번(수학Ⅱ), 그리고 각 선택과목의 30번 문항을 고난도 문제로 꼽으며, 이 문제들이 최상위권의 등급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포기할 문제는 과감히 넘기는 전략이 유효했겠지만, 한 문제에 매달린 학생들에게는 체감상 까다로운 시험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제언: “AI, 거부 대신 포용… 소외 계층 위한 맞춤형 도구로”
국내 교육계가 수능이라는 평가 시스템의 내실을 다지는 사이, 글로벌 교육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의 교실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하버드 교육대학원(HGSE)은 교육 연구가, 에듀테크 기업가, 교육 행정가들을 초청해 AI 기술을 교육 현장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AI가 학생들에게 더 가까워진 현실을 직시하며, 기술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 교육 단체 ‘디지털 프로미스(Digital Promise)’의 옌다 프라도(Yenda Prado) 연구 분석가는 “우리는 지금 막 태동하는 공간에 서 있다”며 AI 활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프라도 분석가는 특히 학습 격차 해소에 주목했다. 그는 “빈곤층, 농촌 지역 학생, 다중 언어 구사자,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 교육 취약 계층의 ‘학습자 프로파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학습 에이전트를 훈련시킨다면, 각 학생의 구체적인 필요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AI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교사 부담 줄이고 STEM 접근성 높이는 ‘에듀테크’
단순히 학생용 도구를 넘어 교육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2025 하버드 교육 기업가 펠로우이자 스타트업 ‘M7E AI’의 공동 창업자인 케다르 스리다르(Kedaar Sridhar)는 AI가 교사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리다르 대표는 “우리가 개발 중인 플랫폼은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도구라기보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실 경험을 개선하는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취약 계층 학생들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육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AI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결국 2026 수능이 ‘공정한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검증하려 했다면, 미래 교육의 담론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AI를 활용해 ‘개별 학생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다. 변별력 있는 평가와 기술을 활용한 포용적 교육이라는 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미래 인재 양성의 길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