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기조 역행하는 포드의 승부수: 韓 떠나 中과 밀착, 그리고 기술 혁신

미국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거리 두기’ 기조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포드(Ford)는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동맹을 사실상 파기하고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전기차 제조 공정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비용 절감’ 앞세운 친중 행보… 한국 기업과의 결별

최근 포드의 전략은 ‘탈(脫)한국, 친(親)중국’으로 요약된다. 포드는 지난해 말 SK온과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해체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했던 9조 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마저 전격 해지했다. 반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는 기술 제휴를 강화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비야디(BYD)의 배터리 적용을 검토 중이다. 심지어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가 샤오미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합작사 설립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이를 부인했으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진 포드가 중국의 기술력을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태세 전환의 배경에는 처참한 실적과 비용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 감소한 8만 4113대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포드 전기차 사업부는 2024년 51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6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포드는 한국의 주력인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약 30%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선택했다. 포드는 이르면 올해부터 미시간주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에서 CATL 기술 기반의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2027년부터는 켄터키주 공장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생산에도 중국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안보 우려와 한국 기업의 위기감

포드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존 물레나 미 하원 미중경쟁특위 위원장은 “미국과 동맹국에 등을 돌리는 행위”라며 짐 팔리 포드 CEO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입지 또한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진입이 차단된 미국 시장을 ‘안전지대’로 여기며 집중 공략해왔다. 그러나 포드가 SK온과의 합작 법인을 해체하고 그 자리를 CATL 기술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빈자리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이 대체하는 형국”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내부 혁신: 스타트업 기술로 3만 달러 전기차 도전

포드가 중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전기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는 시도 또한 병행하고 있다. 포드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3만 달러(약 4000만 원)대 중형 전기 트럭을 위해 배터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전기차 원가의 약 40%, 총중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저가형 전기차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통상적으로 주행 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이는 차량 중량 증가와 효율 저하, 그리고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포드는 2023년 인수한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오토모티브 파워(Auto Motive Power)’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팀의 혁신을 바탕으로 포드는 배터리 자체를 재설계하여 더 작지만 효율적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조 공정의 전면 재검토

배터리 혁신은 제조 공정 전체의 변화로 이어졌다. 포드는 기존의 조립 라인 방식을 폐기하고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Ford Universal EV Platform)’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프레임을 구성하는 부품 수를 줄이고, 복잡한 전기 배선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등 제조의 모든 단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결국 포드의 현재 전략은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저가 부품 공급망을 활용해 당장의 출혈을 막고, 내부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유연한 기술을 이식해 차세대 저가형 모델을 준비하는 ‘투트랙’ 전술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 감행한 포드의 위험한 도박이 2027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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